남자친구가 이전 여자친구 떠오는 영화를 보자고 할 때?


주말 저녁, 은주는 소파에 앉아 넷플릭스를 둘러보다가 이내 승현을 부른다. “자기야, 우리 영화 하나 볼까?”
승현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며 대답한다. “좋지. 뭐 볼 건데?”
“음… 요즘 이 영화가 다시 화제라는데. 제목이… ‘그때의 봄날’인가?” 은주는 스마트폰 화면을 승현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승현의 표정이 순간 미묘하게 변했다. 마치 무언가를 떠올린 듯했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영화. 알지. 옛날에 꽤 인기 있었지. 봐도 괜찮겠네.”
하지만 그의 어색한 말투를 눈치챈 은주는 그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근데, 왜 저 영화 보고 싶어?” 은주는 자연스럽게 물어보려 했지만, 속내는 조금 긴장됐다.
승현은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냥, 재밌다더라. 리뷰도 좋고. 사람들이 명작이라고 하잖아.”

은주는 순간 망설이다가 솔직히 물었다. “근데… 저 영화가 혹시, 옛날에 봤던 추억이 있는 거야?”
그 말에 승현은 움찔했다. 그는 은주의 눈을 피하며 고개를 긁적였다. “음… 사실, 예전에 여자친구랑 봤던 영화야.”

은주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예상은 했지만, 직접 듣고 나니 더 미묘한 감정이 솟아났다. “아… 그렇구나.” 그녀는 말을 멈췄지만,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추억의 영화, 그리고 현재의 관계

승현은 은주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땐 그냥 같이 본 영화였어. 특별한 의미는 없었고, 그냥 영화가 재밌어서 기억에 남은 거야.”
“근데, 굳이 왜 그걸 다시 보고 싶어?” 은주는 차분하게 물었지만, 속마음은 조금 다급했다. “그 영화 보면 옛날 생각나는 거 아냐?”

승현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진짜로. 그냥 재미로 다시 보고 싶었던 거야. 그때 누굴 떠올리거나 그런 건 아니야.”
“근데 내가 그 영화를 보면 괜찮을까?” 은주는 작게 웃으며 물었지만, 말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내가 옆에 있는데, 자기가 그때 생각하면 나도 좀 서운할 것 같아.”

승현은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은주야. 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꺼낸 말이었어. 만약 네가 불편하다면 안 봐도 돼.”


영화를 둘러싼 타협

은주는 한참 고민하다가 말했다. “근데, 나도 궁금하긴 해. 그 영화가 정말 명작이면 같이 봐도 괜찮겠지?”
승현은 약간 놀란 얼굴로 은주를 바라봤다. “진짜? 괜찮아?”
“응. 근데 조건 있어. 그 영화 보면서 자기, 과거 생각하면 안 돼.” 은주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그 영화에 대해서 나랑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야 해. 그게 우리 영화가 되는 거야.”

승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이제부터는 우리 영화로 만들자.”


새로운 기억, 그리고 현재

영화가 시작되고, 은주는 승현의 옆에 앉아 팝콘을 집어 먹으며 화면을 응시했다. 처음엔 은주도 마음 한구석에 불편함이 남아 있었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감정은 희미해졌다.

승현은 영화를 보며 중간중간 은주에게 재밌는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걸었고, 은주도 웃으며 반응했다.
“자기야, 이 장면 좀 유치하지 않아?”
“그러게. 요즘 영화랑은 다르네.”

영화가 끝난 뒤, 승현은 은주를 보며 말했다. “은주야, 이 영화는 이제 진짜 우리 영화가 됐네. 같이 봐서 그런지 더 특별해진 것 같아.”

은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맞아. 과거는 과거고, 지금은 지금이니까. 내가 지금 자기를 더 많이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연인 사이의 신뢰와 소통,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조화롭게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마저도 받아들이는 것이며, 그 속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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